남강과 낙동강의 선물, 함안의 자연 습지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201356
한자 南江- 洛東江- 膳物, 咸安- 自然 濕地
분야 지리/자연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남도 함안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인식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남강과 낙동강의 선물, 함안의 자연 습지 - 경상남도 함안군

[정의]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자연 습지.

[함안군은 남강과 낙동강이 만든 습지가 가장 많은 곳이다]

남강낙동강이 만나는 함안에는 습지(濕地)가 많다. 지금은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을 우리나라 내륙 습지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예로부터 낙동강 제1 지류인 남강의 하상이 완만해지는 함안 지역에 다다르면 크고 작은 다양한 습지가 발달하였다. 함안의 전체적인 형상은 전형적인 남고 북저 형태로 남쪽이 높으며, 북서쪽과 동쪽은 곡간지에 형성된 충적 대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대산면 9개, 가야읍 7개, 법수면 18개, 칠서면 15개, 군북면 6개 등 이름이 있는 자연 늪 55개와 함안을 감싸고 흐르는 강과 하천 같은 물줄기 35개를 2004년 『함안 자연의 생태 환경』에서 함안의 늪을 모아 놓은 첫 지역 기록물로 남겼다.

함안은 한반도에서 자연 늪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름이 있는 늪만 55개나 될 뿐 아니라 1∼2년 물을 담고 있으면 늪으로 살아나는 지역도 많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 자료에는 함안에는 습지 손실이 많아지면서 약 41개가 실제 하는 늪으로 조사되어 경상남도와 함안군이 협력하여 습지 전문가들과 함께 현황을 다시 살펴볼 일이다. 그럼에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군데군데 강과 하천이 만나면서 많은 습지를 만든 셈이다. 함안천은 광려산과 여항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는 광려천, 서쪽으로는 석교천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 남강으로 유입된다.

함안천여항면·함안면가야읍을 남에서 북으로 세로로 지른 뒤 법수면·대산면을 가르며 남강으로 들어간다. 이 함안천에 달려 있는 지천 또한 적지 않아 옥렬천·신음천을 비롯하여 여섯 개나 된다. 군북면 들판에는 사촌천과 명관천·하림천을 거느리며 석교천이 흐르고 대산면에는 대산천과 대사천, 그리고 칠서면·칠원읍·칠북면으로는 광려천이 지난다. 이 여러 하천을 남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구불구불 나아가며 쓸어 담는다. 다시 남강은 의령과 함안을 가른 다음 창녕 남지 못 미쳐 낙동강에 가 닿는다.

[습지는 물을 담고 있는 땅이다]

습지라는 용어의 정의는 나라별·지역별·시대별 분류 기준에 따라 내용이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 습지라는 용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람사르 협약에서 습지의 정의는 제1조에서 자연 또는 인공이든, 영구적 또는 일시적이든, 정수 또는 유수이든, 담수·기수·염수이든 간조 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습원, 이탄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습지 보전법」 제2조에서는 담수·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 내륙 습지와 연안 습지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습지는 다양한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이며 생명체들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보금자리다.

낙동강 하류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이런 습지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 같은 현상은 남강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창녕과 의령, 그리고 함안 일대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함안은 다른 지역과 달리 습지를 독특하게 이용한 모습이 눈에 띈다.

[늪에 물소를 방목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시대의 읍지 『함주지(咸州誌)』 고적조에 따르면 함안의 대산리와 백사리 경계의 늪 지대에서는 수우(水牛) 방목이라 하여 물소를 놓아 길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낙동강남강이 만난 저습 지대인 칠서면 계내리 일대는 식용 연 재배지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1㎢에 이르는 식용 연 재배 농가가 있다. 이곳에서 2008년 습지 보호 협약인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연 음식과 연 요리 축제’가 열렸다. 이 지역은 예부터 많은 내륙 습지가 있어 일반 농업보다 먹는 연을 재배하여 소득을 얻고 있다.

경상남도 한가운데인 함안군은 자연 늪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가진 늪이 무려 55개나 되고, 1~2년 물을 담으면 늪으로 살아나는 지역도 많다. 법수면은 예로부터 늪지가 발달하여 생물 다양성이 높아 야생 동식물이 풍부하다. 봄가을에는 도요 물떼새가 강변과 늪지 주변의 논 습지를 거쳐 가고, 여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찾아오는 백로류와 꾀꼬리, 파랑새 같은 산새가 늪가 숲속에서 생명을 잉태한다. 겨울에는 매 등 맹금류와 청둥오리, 기러기류 등이 모여들어 서식한다.

그러나 대송늪[대송늪], 유전늪, 질날늪, 뜬늪, 월포, 석교천 등의 습지가 넓게 발달한 함안 지역은 경상남도에서 습지 소실 면적이 가장 넓은 곳으로 질날늪은 약 17만 4000㎡에서 약 4만 9000㎡로 감소하였다. 유전늪은 1963년 약 19만 3000㎡이었으나, 주변에 공장이 생기면서 매립되어 2004년에는 완전히 소실되고 극히 일부만 공장 뒤편에 남아 있다. 한편 옥수늪, 복구늪, 모시벌늪, 점늪 등과 같이 기존에 없던 습지가 새로이 형성되거나 기존 습지에서 분리된 잔존 습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함안 일대에서 습지 면적의 감소는 농경지 이용을 위한 매립과 더불어 주거지와 산업 단지,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창녕군의 우포늪 일대가 농경지 확대로 습지가 소실되었다면, 함안군의 경우 여러 이유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늪지는 매립되며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데, 다행히 대송늪은 광주 안씨(廣州安氏) 집안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남게 되었다. 풍수지리에 따라 후손의 번창을 위해 늪 지대를 보전하였다고 한다.

광주 안씨 집안은 늪의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보를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이 늪은 함안 대송리 늪지 식물이라는 이름으로 1984년 11월 19일 천연기념물 346호로 지정되었고, 살아 있는 화석 식물인 가시연꽃이 자라고 있다. 가시연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멸종 위기종으로 우리나라 자생 식물 가운데 가장 큰 잎, 짙고 깊은 향촉 냄새, 잎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 밝은 자주색의 화려한 꽃 빛깔을 가진 수생 식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북 아시아에 비교적 널리 자라고 있지만, 환경부가 「야생 생물 보호법」에 의해 멸종 위기 야생 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습지는 인간에게 여러 혜택을 준다]

람사르 협약 사무국에서는 습지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대략 7가지로 정리하여 배포하였다. 첫째, 습지는 우리에게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신선한 담수를 제공한다[1명/1일, 20∼50L 물 소비]. 지구상의 물 중 담수는 3%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빙하 형태를 띠고 있다. 습지는 물을 제공하며, 지하수 함양에도 도움을 준다. 둘째, 습지는 수질 정화에서 탁월한 역할을 한다. 실례로 습지의 하수 처리 및 수질 정화 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1만 ㎡당 약 40만 4달러에 이르므로 인간이 인공적으로 정화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습지는 전 세계 인구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현재 지구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30억 인류를 먹여 살리는 쌀은 논 습지에서 생산되며, 그 외에도 식량으로 제공[1명/1년, 19㎏ 어류 소비]되는 어류의 번식과 성장이 대부분 강 하구 및 연안 습지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습지는 육지에서 수역으로 넘어가는 전이 지대로서 양쪽의 환경이 섞이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구상의 어떤 곳보다 다양한 생물체가 살아가는 삶터가 된다. 담수 습지는 10만 종 이상의 생물 서식처가 되며 이 같은 역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아마존 습지에서는 272종의 신종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습지는 조류의 생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 습지는 홍수 조절을 통하여 자연이 주는 충격을 완화한다. 강 유역 이탄 습지와 초지는 스펀지 역할과 넓은 저류지를 생성하여 홍수를 조절하고 가뭄을 방지한다. 여섯째, 습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 이탄 습지는 지구 전체의 숲보다 2배 많은 탄소를 저장하며, 연안 습지는 태풍과 쓰나미의 충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해안 침식을 방지한다. 일곱째, 습지는 지속 가능한 생계를 제공한다. 전 세계 6,180만 명이 농업, 어업, 관광 등 습지에 직접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한다.

[습지의 현명한 이해를 위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습지는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뿐 아니라 홍수를 방지하고 해안 침식을 억제하며 지하수의 양을 조절하는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광대한 먹이 사슬과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습지를 ‘생물의 백화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습지는 생산성이 뛰어나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갯벌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어 식용으로 이용되는 종류만 해도 생산성이 육지의 숲이나 밭보다 9배 정도 높다.

그러나 경상남도의 습지는 소규모로 여러 지역에 분포하여 관리가 어렵고, 지방 자치 단체에서 가치를 낮게 평가하여 개발에 의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활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습지의 관리 및 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다각도로 고려하여야만 한다. 우선 학계와 지방 자치 단체는 습지 자료를 목록화하고 개별 습지를 표시하는 통일된 자료를 관리하기 위하여 항목 및 자료의 체계화 등에 대한 정리 지침이 필요하다.

둘째, 습지에 대한 관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습지 자료를 일관성 있게 조사하고 취합하여야 하고, 개별 습지의 위치, 면적 등이 표시된 지도가 제작되어야 한다. 셋째, 습지 개발 사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개발되거나 계획되는 습지에 대한 철저한 기초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개발 사업의 추진은 사업 계획에 대한 단순한 재검토보다 습지 이용 및 관리를 위한 장기 계획에 의해야 한다. 넷째, 습지 오염을 막고 보전하는 기초적인 방안은 습지에 유입되는 오·폐수의 유입을 억제하는 저감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 같은 관리 방안의 기초가 수립되면 개발과 보전 논리의 양립에 의한 갈등 해소와 나아가 개발과 보전이 조화된 더욱 발전적인 모습의 습지가 주는 혜택을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람사르 협약 총회 이후, 경상남도의 습지 보전 실천 계획 추진 성과는 전체적으로 높은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습지 보호 지역 및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습지의 경우 많은 예산을 들여 보전·관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한 덕분이다. 그렇지만 이외 습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 보전·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습지 총량제 시행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하여 습지 보전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성 있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낙동강남강의 선물인 함안 지역의 늪도 현황 파악과 현실성 있는 계획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동안 습지의 일반적인 가치는 환경 생태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숲과 습지 주변에서 다른 야생 동물처럼 먹이를 구하고, 특별한 재능을 발전시켜 인류 문화와 역사, 예술 행위까지 창조해 왔다. 8000년 전 창녕 비봉리 배와 창원 다호리 및 주남 저수지 주변의 저습지 유물과 더불어 새롭게 생태 문화 자원으로 생물 다양성 증진과 기후 변화에 기여할 자연 유산인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 측면에서 진화 발전하여 가야 할 것이다.

이미 람사르 협약 속에 람사르 습지 도시 인증제를 명시하여 향후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기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습지를 지역 주민들이 보전 운동에 나서고 현명한 이용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습지라는 자연 자원을 현명하게 잘 이용하여 훌륭한 자연 문화유산으로 재창조한다면 옛 가야 문화와 그 전의 선조들 덕분으로 습지가 국제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창출하고, 생태 농업 문화 관광 자원으로 우뚝 솟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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